No. 105   자금성의 교훈

  중국 북경의 '자금성'은 명ㆍ청나라 시대 24명의 황제가 거처하던 왕궁으로서 자금성의 첫 글자 '자'(紫)란 천자가 거처하는 북두성의 별자리의 하나이고, '금성'(禁城)이란 왕성으로, 곧 ’천자의 궁성‘이란 뜻입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궁전들은 9,999여 칸인데 그 이유는 옥황상제보다 하나가 작다는 뜻입니다. 궁내 방들의 숫자는 아기가 태어나 하루 밤씩 자더라도 27살이 될 정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자금성의 첫 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했습니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모든 건물들이 큼직큼직하고 크기 뿐 아니라 작은 것들도 무척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운하에 둘러싸인 높고 긴 성벽, 큰 대문을 지나 궁궐들과 유희장소, 또 큰 대문을 지나면 다른 궁궐들과 정원들, 또 그렇게 이어진 궁궐들과 부속건물들 아무튼 궁궐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영국의 사신이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자금성의 정문을 통과한 후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자 "도대체 어디가 끝이냐"고 탄식했다 합니다. 중앙의 궁궐은 터가 높고 크고, 주변의 궁궐은 터가 낮고 작아 자연스럽게 서열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대문을 통과 할 때, 가운데 큰문을 비롯해서 양옆에 작은 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황제는 가운데 큰문을 지나다니고 양옆의 작은 문들은 직급에 따라 통과한다고 합니다. 저는 어깨를 펴고 가운데 문을 통과했는데 미묘함 감정에 기분이 좋고 좀 우쭐해졌습니다. 황제의 침실과 유희장소 어전회의실 그리고 약간 낮은 지대의 후궁들과 상궁 나인들이 사는 주변의 부속 건물들, 저는 휴식시간 잠 간 쉴 때마다 눈을 감고 엉뚱한 명상에 잠겨 보았습니다.

  "황제 폐하 납시오!" 동시에 삼현육각이 울려 퍼지고 길게 늘어선 문무백관들은 일제히 엎드려 "만수무강하옵소서"하고 절을 올립니다. 이어서 온갖 형형색색 물들인 깃발들이 일어서고 우렁찬 나팔소리가 진동합니다. 문관들이 부서마다 치세와 업적을 보고하고 태평성대를 이루신 황제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아룁니다. 무관들은 변방의 장수들의 공적을 소개하고 이어지는 개선행진과 사신들의 행렬 그들이 바치는 조공에 황제를 비롯해 모든 신하들이 희색이 만면에 넘칩니다.

  이윽고 황제는 흥에 겨운 채, 왕좌에서 벌떡 일어나 "여봐라! 이렇게 좋은 날 모두 어화원(御花園)으로 가서 즐기자."하고 앞서 나갑니다. 풍악이 울려 퍼지며 궁녀들의 가무가 흥겹게 돌아가고 온갖 산해진미의 음식과 희희낙락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시간을 건너뛰어 영화 '마지막 황제 브이'를 명상해 보았습니다. 자금성의 중심은 태화전(太和殿)인데 이곳에서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오랜 전에 본 영화지만 가장 기억되는 것은 청년 '브이'가 황제의 직위로부터 폐위를 당한 뒤 '구두수선공'으로 살아가는 장면입니다. 참으로 인생무상(人生無常)입니다.

  이때 "어이 정 목사 뭐해 가자 구!" "아이쿠 벌써 5분간 휴식 다 지났군" 눈을 뜬 현실은 인생 일장춘몽 어디를 보아도 황제와 황후 그리고 문무백관들이나 궁녀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위엄찬 깃발과 우렁찬 나팔소리 웃음소리는 세월의 바람에 다 날아 가버렸습니다. 현실은 낮 설은 관광객들의 울긋불긋한 옷가지와 여기 저기 사진 찍고 웅성거림이 그 날과 '오버랩' 됩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솔로몬 왕은 지혜의 사람으로 인생을 이렇게 논했습니다.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본 즉.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 도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 도다"했습니다(전1:2~14).

  솔로몬은 인생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 누려보았습니다. 연못을 파고, 과수원을 가꾸었으며, 노비를 부렸고 짐승도 길렀으며, 은 금을 쌓고 처와 수많은 첩들을 거느렸으며 노래하는 자를 두어 기쁘게 했습니다. 하지만 첫째, 만족이 없었고 둘째, 헛됨을 깨달았습니다. '헛되다'의 히브리어 '헤벨'은 입김, 안개로서 마치 비누방울이 오색 영롱하게 비추다 터지면 순간 사라지듯 인생과 그 추구하는 것들이 다 그렇다는 것입니다. '자금성의 교훈'은 우리의 삶의 가치관을 헛된 것에 뺏기지 말자 입니다. 솔로몬은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므로 창조주를 기억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 그렇습니다. 부디 하나님을 믿어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삶, 허무에서 만족한 삶, 유한에서 영원한 삶을 얻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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