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와 본질을 안다면 이 세상에서의 욕심과 애착을 버리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 무리가 여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어떤
마을을 지날 때, 마침 그 마을에 매우 현명한 히브리 랍비(선생)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여행자들은 그의 거룩한 삶을 눈으로
보고 싶었고 그의 지혜로운 말을 듣고 싶어서 랍비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의 집을 찾아간 후 내실에 들어서면서 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살림살이가 거의 없어 집안 분위기가 썰렁했던 것입니다. 겨우 랍비가 앉아서 성경을 공부하는 의자와 책상 그리고 간단한 침대가 눈에 띄는 가구의
전부였습니다.
여행자들은 물었습니다. "랍비님, 당신의 가구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자 랍비는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여러분의 가구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행자들은 의아해 하며 "우리의 가구요? 어떻게 우리가 가구를 들고 다닙니까? 우리는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요 행인이랍니다" 그러자 랍비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실은 나도 여행 중에 있는 나그네요 행인이랍니다" 이 대화의 내용은
이 땅위에서의 불필요한 욕심과 애착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그네 인생 길'에 들고 다녀야
하는 '가구'가 얼마 만큼이 적절한지 깨닫게 됩니다. 이 지혜를 깨달을 때 우리는 필요도 없는 물건을 지고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제게 만년필 두 자루가 생겼습니다. 파란색이었는데 기능도 뛰어나고 디자인도 아주 훌륭했습니다. 한 자루는 내가 쓰고 또
하나는 누구를 주려고 했는데 슬그머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쓸 양으로 장롱 서랍에다 잘 보관해 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도둑이 들어 서랍을 뒤엎고 그 만년필을 가져 가버렸습니다.
무척 서운했지만 한편 얼굴이 화끈 할 정도로 부끄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진작 누구를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다가 그만 낭패를 당하게 된 것입니다. 그 때의 작은 경험은 지극히 가변적인 물질의
소유욕을 버리도록 했으며 나누는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인도의 성자 간디가 막 출발을 하는 기차를 탔다고 합니다. 허둥대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왼 쪽 샌달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간디는 재빨리 오른 쪽 샌달을 마저 벗어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했느냐?" 묻자
"신 한 짝을 무엇에 쓰겠습니까? 누가 줍든 한 켤레라야 신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자기를 비운 현명한 행동이었습니다.
이 생명의 편지를 읽으시는 분이여!
인생을 두 부류로 나누면
목적지를 알고 가는 나그네가 있고, 또 한 부류는 목적지를 모르고 그냥 방황하는 나그네가 있습니다. 쇼펜하워가 황혼이 지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무엇인가 골똘히 깊은 상념에 잡혀 있었습니다. 마침 공원지기가 와서 "여보시오! 어디서 와서 무슨 생각에 잠겨 있기에 황혼이 지는 데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러자 쇼펜하워는 무릎을 치며 "아 그렇습니다! 지금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내가 어디에서부터 왔으며,
무엇 때문에 살며, 장차 어디로 가야할지 그걸 몰라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경 히브리서 11장 13-14절에 보면 믿음의 조상들은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라 증거 하였으니 이같이 말하는 자들은 본향을 찾는 자"라 했습니다. 땅에서의 삶의 표현을
두 가지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첫째, 외국인입니다.
이 말은 '낯설다'라는 뜻으로 이 땅위의 삶을 마치 이방인처럼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외국인들을 가끔 봅니다만 이들은 결코 커다란
짐을 구입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자신의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나그네입니다.
이 말은 '길가는 행인으로서 임시로 거주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인생은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을 지나가는 길손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계속해서 보면 이들은 "더 나은 본향을 사모 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했습니다. 그러므로 가야 할 곳이 분명히 있는
사람들은 언어도 생각도 추구하는 것도 다른 것입니다. 사랑하는 나그네 길손들이여! 짐이 너무 많거나 너무 무겁지는 않습니까? 마음을 비우고 길
되신 주님과 함께 본향을 향해 갑시다.
다음 편지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주님께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