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 저학년 시험문제와 답안지 이야기입니다. 가끔 어른들은 아이들의 엉뚱한 답으로 인해 한 바탕 웃음을 짓지만 인생에 묵직한 교훈을 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두고두고 생각하게 합니다.

선생님 한 분이 자연과학 시험문제를 이렇게 출제했습니다. ‘다음 문제를 읽고 괄호 안에 답을 쓰시오.’

➀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되나요?’ ( )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답을 (물)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기상천외한 답을 썼습니다. ( 봄 )

‘눈이 녹으면 봄(Spring)이 온다.’

참으로 혀를 내 두를 만한 답이었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의도했던 답은 아니었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인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마 우리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정답을 떠나 ‘이런 답도 나올 수 있구나’하며 상념에 빠져 봅니다.

사실 그 아이는 매우 감성적이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평범하게 ‘봄’이라는 답을 썼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그 감성의 ‘봄’이 왜 그렇게 사무치게 들리는 지 그저 가슴이 뭉클하고 설레 이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에게는 나름대로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얼어붙은 인생의 겨울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질병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기타 고통들이 있습니다.

‘언제나 얼어붙은 눈이 녹고 따뜻한 봄날이 오는 가?’ ‘내게도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오는가?’ 학수고대 봄날을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봄'이란 단어의 어원은 '보다' 혹은 '본 다'라는 동사에서 기원합니다. 즉 '보다' 혹은 '본 다'의 명사형이 곧 '봄'입니다. 그러므로 ‘봄은 바라보는 것’입니다. 눈을 들어 바라보아야 할 것을 본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희망과 꿈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한 순간도 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인간에 봄이 없다면 삶에 의미를 상실한 채 허무주의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봄은 살아야 할 이유와 목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할망구’라는 단어는 원래의 뜻에서 벗어나 속어로 쓰고 있습니다. ‘쓸모없는 나이든 여자’ ‘망년 든 노인’ ‘그만 사시지요.’등 낮추거나 비난할 때 사용합니다. 하지만 원래의 뜻은 희망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90살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81세가 되면 90살 까지 살기 바라는 나이라는 뜻에서 ‘망구(望九)’라 부르며 곧 ‘바랄 망(望)’ ‘아홉 구(九)’입니다. ‘할망구’ 소리를 듣는 다는 것은 이미 장수를 누리고 있으며 동시에 90을 사모한다는 뜻으로 생명의 끈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번은 연세 지긋한 할머니(할망구)가 얼굴에 한껏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왜요, 무슨 좋은 일이 있으세요.”

“암요 좋다마다요.”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좋은 일의 기대를 갖고 한 주간을 훌쩍 보냈습니다. 다음 주일 할머니를 뵈었는데 얼굴에 섭섭한 감정이 역력했습니다.

“아니, 왜 안색이 않 좋으세요.”

“아이고 목사님 ‘꽝’이에요 ‘꽝’...”

“뭐가 ‘꽝’이에요”

“에이 ‘복권’이요 ‘복권’...”

알고 보니 누가 할머니에게 복권을 한 장 사드렸던 것입니다. 그 연세이시지만 인간은 장수든 물질적인 든 희망적 존재라는 사실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어쨌든 한 주간은 희망을 갖고 가슴 설 레이며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봄에 기독교에서는 ‘사순절’(四旬節) 절기를 지킵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하는 절기로 영어로 ‘Lent’라 부르며 어원은 ‘만물의 소생’을 뜻합니다. 곧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통해 주어지는 ‘생명의 부활’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인류가 기다리는 ‘봄’입니다. 죄의 용서, 사망에서의 부활, 얼음 눈의 녹임, 흉악의 결박들을 풀음, 영영한 장수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부디 십자가를 바라보다 묻혔던 희망의 봄날이 부활되기를 소원합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 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