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동래산성을 다녀왔습니다. 동문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왼쪽 멀리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바로 앞쪽에는 산성마을이
산성에 둘려 싸여 평화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제 3망루에 오른 후 아래를 굽어보니 시야가 탁 트인 뛰어난 망루였습니다. 멀리 왼쪽으로는
광안리와 해운대 앞 바다의 푸르름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남구와 영도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앞 건너편에는 손에 잡힐 듯한
회동 저수지와 수영강 그리고 왼쪽은 동래천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한반도 금수강산 끝자락 부산의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수평선 너머 일본의 대마도가 도사리고 있어 왜구들이 틈만 있으면 침략했던 옛날을 상기하니 분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니 바람결에 실려오는 그 날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왜적들이 부산 앞 바다에 나타나 여러 갈래로 나뉘어 상륙하고
그 중 한패는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구포에 상륙 뒤편에서 포위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사방에서 봉화가 오르고 흰옷 입은 조상들은 험한 산길을
따라 동래산성으로 피난해 들어오고 마침내 동서남북 성문들은 굳게 닫혔습니다.
산허리를 감듯 꾸불꾸불 기어올라가는 산성을 따라 늘어선 군인들은 비장한 각오로 올라오는 적들을 향해 화살을 퍼붓습니다.
부녀자들은 치마폭에 돌을 담아 나르고 노인들과 아이들도 왜적을 향해 힘을 다해 돌을 던져 방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천연의 산성, 난공불락의 요새에
도전했던 왜군들은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마침내 뒤로 밀리다 바다 멀리 퇴각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감았던 눈을 뜨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우리
선조들을 지켜준 천연의 요새 동래산성을 돌아보니 새삼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 생명의 편지를 읽으시는 분이여!
오늘 저는 "산성"에 대하여 성경에 나온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시편 18편 1-2절에 보면 다윗 왕이 "하나님은 나의
산성이시요, 요새요, 반석이다"라고 시를 지어 읊었습니다. 다윗은 그의 생애 가운데 수많은 절망과 고통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을 피난처로
삼고 그의 품으로 피하여 보호를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님을 비유하여 의지했던 세 가지 상징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여호와는 나의 '산성'(stronghold)입니다.
산성은 험하고 높은 산 위에 건설된 피난처로서 낭떠러지의 높은 암벽을 의미합니다. 다윗은 적들이 추격했을 때 이 암벽에
은신해서 목숨을 건졌던 것입니다. 산성은 아주 단단하고 견고한 암반이기 때문에 어떤 폭풍우가 불어도 결코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는 절대 안전한
장소입니다. 욥기 39장28절에 보면 "독수리가 낭떠러지에 집을 짓는다"했습니다. 다윗은 독수리 같이 암벽에 은신해서 보호를 받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선조들이 왜적들을 피해 은신했던 동래산성과 같다 하겠습니다. 시편 9편9절에 "여호와는 압제 당하는 자의 산성이요 환난 때의
산성이다"했습니다. 괴로움과 번민 우환과 위험 등에 직면하고 있습니까? 산성되시는 주님의 품으로 피난해오십시오.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여호와는 나의 '요새'(fortress)입니다.
이것은 사람의 손으로 짓지 아니한 천연적인 조건을 갖춘 지형으로 험준한 바위 끝 뾰족한 부분을 의미합니다. 이곳은 가파르고
높아서 도저히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입니다. 욥기를 계속해서 보면 독수리가 낭떠러지에 집을 짓되 "뾰족한 바위 끝 험준한 곳에 거한다"했습니다.
가파른 바위 절벽에 둘러싸인 높은 고지 그곳은 사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 피난처입니다. 인간은 이 땅에 살면서 수많은 위험에 직면합니다.
약하고 깨지기 쉬운 질그릇 인생입니다. 하지만 동래산성 보다 더 견고한 요새가 있으니 곧 하나님 품입니다. 그 품에 안기면 안전함과 도움이
있습니다.
셋째, 여호와는 나의 피할 '바위'(rock)입니다.
이것은 바위 덩어리들이 얼기설기 놓여진 것으로서 사막의 모래와 비교해서 모진 광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의미합니다. 잠언 30장에 보면 땅에 작고도 가장 지혜로운 것 넷이 있는데 그 중에 '사반'이 나옵니다. 이 사반은 '바위 너구리'로서 요르단
계곡과 갈릴리 바다 주변의 야산과 남부사막 지역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반이 '지혜롭다'고 칭찬 받는 것은 자신의 약함을 알고 바위를
의지하고 그 틈에 살아가기에, 바위만큼이나 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래산성은 바위가 유난히 많습니다. 과연 적들로부터 피하기가 쉬운 천연의
피난처입니다. 부디 '하나님은 나의 피할 바위시요'라는 지혜로운 고백이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지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주님께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