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   "살려 주세요!"

"정정관" 호명과 함께 제 손에는 '맹호마크'가 주어졌습니다. 어깨에 부착한 다음 날, 1971년 6월27일 부산에서 군악대의 환송을 뒤로하고 '바렛드' 수송선을 타고 베트남 퀴논 항구를 향했습니다. 도착하기 전 날밤 천둥번개가 얼마나 치는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갑판 위에 올라갔습니다. 하늘은 구름이 끼였지만 간간이 십자성별이 선명하게 보였고, 멀리 월남 땅이 거무스름하게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천둥번개는 전투 중에 일어나는 포격 전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살아왔지만 난생 처음으로 "아!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이 밝고 하선하여 첫발을 땅에 디딜 때 포연으로 인한 화약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맹호사단본부까지 가는데 거리의 가옥들은 처참하게 부서져 황폐했습니다. 그 사이로 월남인들이 우리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힘이 없었습니다.

 사단본부에서 전투식량인 C 레이션과 소금정제를 먹으니 곧 방탄조끼와 M16소총이 지급되었습니다. 실탄을 최대한 몸에 두르고 맹호 26연대(혜산진부대)가 주둔한 '송카우'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방탄트럭에 올랐습니다. 호송하기 위해 맨 앞에는 화력이 강하고 기동성이 뛰어난 코멘다가 서고 APC 장갑차, 방탄트럭들이 1번 국도를 달렸습니다.

  적은 주로 야자나무 숲속이나 산모퉁이를 돌 때 기습을 해오기에 길 양편에 의심스러운 곳은 무조건 사격을 하였습니다. 길가에는 적의 B.40 로켓포에 맞아 불타버린 장갑차와 트럭들이 수없이 나뒹굴고 있었으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갑차도 보였습니다. '꾸멍고개' '송카우' '안빈탄'을 지나 마침내 부대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신병보충대에서 예하 부대 배치를 또 기다렸습니다. 듣자니 어느 대대 중대로 가면 60-70%퍼센트는 전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전기를 틀어보면 쉴새없이 숨가쁘게 '다스톱브(구조헬리콥터)'를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낙엽 3' '절름발이 5' 낙엽은 전사이며 절름발이는 부상병이었습니다. 신병보충대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오후에 진중 예배가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들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 날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하나님을 의지해야 겠다는 결단을 가졌습니다.

목사님과 개인상담을 할 사람은 밤에 벙커교회로 오라는 것을 끝으로 예배를 마쳤습니다. 그 날밤 그러니까 포탄이 떨어지고 예광탄이 날아가는 날 밤에 목사님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태어난 후 난생 처음으로 교회에 나가 하나님 앞에 꿇어 엎드려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단 한마디 "살려 주세요!" 어디서 그렇게 많은 눈물을 저장했었는지 펑펑 솟구쳐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이윽고 목사님은 저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이 어린양이 사망의 골짜기에서 극적으로 이렇게 목자의 품에 안겼습니다. 생사를 주관하시는 주님께서 이 전쟁터에서 지키시고 보호하사 살려 주옵소서..." 저는 "살았구나!"하는 안도감과 밀려오는 평안에 그저 감사해서 어깨까지 들먹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 후 전투지원중대에 배속되어 몇 차례 사선을 넘나들다 2년여만에 무사히 귀국을 하였습니다.

 이 생명의 편지를 읽으시는 분이여!

크리스천인 맥아더 장군은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쏟아지는 포탄 속에 무신론자는 없다" 그렇습니다. 야전에서 참호를 파고 아무리 몸을 숨겨보지만 직격탄은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곁에서 터지는 순간 온 몸은 갈기갈기 분해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 절체 절명의 순간에 인간은 누구든 신(神)을 찾게되는 것입니다. 인생은 어디서부터 왔다, 무엇 때문에 살며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사랑하는 이들이여! 지금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사람들은 심령이 가난할 때 곧 그 시점이 하나님을 찾을 때입니다. 인생에 있어 실패와 좌절, 원치 않은 가난과 질병, 사랑하는 이들과 갑작스러운 사별, 여러 가지 인간의 한계상황들 그리고 도무지 채울 수 없는 욕망과 공허함 이제 그 무거운 짐들을 주께 맡겨드리고 '참 평안과 쉼과 만족 그리고 자유함'을 누려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주님은 "상한 갈대를 꺽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신다"하셨습니다(마12:20).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http://vision.0691.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