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09   해운대 예찬과 교훈 

해운대 백사장의 고운 모래를 밟고 들어서면 탁 트인 푸르고 시원한 바다 저 멀리 수평선까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일상의 좁은 시야의 답답함과 움츠러든 가슴이 후련해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낍니다. 보통해변보다 약간 안으로 휘어 들어온 1.5Km의 부드러운 해변은 아늑함을 더해줍니다. 해변은 가까이 연두색으로 시작해서 멀리 옥색 비취색 검푸른 색으로 번져나갑니다.

끊임없이 출렁이며 '솨~아, 철~석' 밀려오는 푸른 파도는 해변에 다 달으면서 한껏 발 돋음으로 부풀어오르다가  제풀에 넘어지며 해변을 치고 하얗게 부서져 저만치 물러갑니다. 그 뒤로 다음 파도가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계속되는 역동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힘을 얻게 합니다.

아이들로부터 어른까지 깊이가 모두 함께 어울리도록 알맞게 형성된 천혜의 보고 해운대는 참으로 부산의 자랑과 축복입니다. 아이들은 해변 가까이서 튜브에 몸을 싣고 이리 저리 떠밀리며 연신 '까르르'합니다. 청소년들은 몸을 도약대를 만들어 솟구쳐 한 바퀴 도는 다이빙으로 젊음을 발산하고, 청년남자는 손바닥만한 비키니에 겨우 몸을 가린 연인을 튜브에 얹고 자꾸만 깊은 데로 끌고 들어가는데 청년여자가 비명을 지르지만 싫어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마침내 튜브를 뒤집자 연인의 목에 바싹 매달려 살려달라는데 사실은 발이 닿는 곳이기에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일부러 그러는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해운대는 수상경찰의 안전활동이 입체적으로 철저하기로 유명한데 해안의 안전라인을 침범하는 순간, 해변 망루의 불호령과 동시에 구조보트의 굉음이 들리고 늠름한 구리 빛 수상경찰이 혜성처럼 나타납니다. 해변은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훌훌 벗은 가족과 연인들은 모래찜질, 선탠,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습니다. 해변 가까이 앉아 파도를 맞이하는 순간 그 시원함은 더위를 말끔히 씻어가고 모래는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며 물러갑니다.

해운대는 약간 파도가 있어야 제 맛이 납니다. 파도가 오면 일제히 "온다~ 온다" 외치고 거기에 대처합니다만 그 엄청난 힘에 해변으로 모두 떠밀려오며 기분 좋은 비명을 "와~아"하고 지릅니다. 해변 산책로는 돌과 나무 등 여러 모양의 재질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주제별로 세운 여러 조형물들은 운치를 더해주어 '하와이' 어딘가 할 정도입니다.

해변의 오른쪽은 소나무 솔밭, 조선호텔, 동백섬과 APEC, 그 너머에는 수영만 요트 장과 벡스코, 광안대교가 자리를 잡고 있고 왼쪽은 달맞이 고개가 운무에 싸여 마치 공중에 떠있는 신비스러움의 도시를 연출합니다. 배후는 아쿠아리움과 양편에 고층 비치 호텔이 주욱 둘러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야경은 휘황찬란함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모래사장은 오색 서치라이트를 쉴 사이 없이 받는 스크린이 되어 그 아래를 데이트하는 연인들은 그야말로 무대 위의 신데렐라의 주인공이 됩니다.

해운대는 따듯한 남쪽나라 사계절 관광특구로 인간이 자연에 동화되고 조화되는 낭만의 명소입니다.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해운대는 부산 시민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회자되는 얘기는 '여름 휴가에 KTX 타고 부산 해운대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부산의 환경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며 그저 반바지 차림에 어디서든 전철 타고 한시간이면 해변에 도착하니 너무 좋고 자랑스럽습니다.

몇 해 전 '겨울 철'에 글로리아 콘도에 친구들을 초청해서 함께 숙박을 했습니다. 밤이 늦었지만 여장을 풀고 해변으로 달려나갔습니다. 힘이 넘치는 친구들은 씨름판을 벌이고 다른 팀은 미포 항으로 냅다 달려가고 나머지는 겨울 바다 해변을 산책했습니다. 방금 휩쓸고 간 하얀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물러가는 파도를 따라 들어갔으나 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미쳐 피하지 못하고 바지가랑이를 적신 채 마냥 웃던 일의 추억이 새롭습니다. 새벽에 먼동이 일행을 깨우고 창문을 열자 찬란한 불덩어리 햇빛 기운과 해풍의 에너지가 쏟아져 들어와 방과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겨울 바다는 눈이시리 울 정도로 푸르고 차지만 그것이 싱그러운 매력이랍니다.

해운대(海雲臺)는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해운대 일대를 거닐다가 이곳의 절경에 심취하여 동백섬 남쪽 암벽에 자신의 호인 해운을 따서 "해운대(海雲臺)"라는 세 글자를 새긴 데서 그 이름이 시작되었는데 지금도 그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한번은 유치원 선생님이 아이들과 해변으로 소풍을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각각 모래성으로 집을 크고 작게 짓고 정원을 만들고 터널을 뚫어 길을 냈습니다. 또 땅뺏기 놀이를 했습니다. '가위 바위 보' 이긴 아이는 한 뼘 땅에 좋아라하고 진 아이는 시무룩하다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질 무렵 선생님은 호루라기를 불면서 '얘 들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했습니다. 아이들은 땅과 집을 훌훌 털어 버리고 돌아갔고 밀물은 집과 땅의 경계선을 모두 지웠습니다. 이것은 인생의 실상을 교훈하며 중요한 것은 '돌아갈 집이 있는 가?'하는 종교적 질문입니다.

어거스틴이 하나님에 대하여 회의를 품고 해변에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모래에 웅덩이를 파고 조가비로 바닷물을 퍼 담고 있자 "얘들아 무얼 하니?" "바닷물을 웅덩이에 옮깁니다." "너희들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구나." 그 순간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너의 행동이 아이들과 같다." 어거스틴은 즉시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이성과 지성'으로 하나님을 알려했던 어리석음에 용서를 구하며 '믿음'을 가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하나님은 여러 자연계시를 통해서도 자기 백성을 찾으십니다. '믿음으로 이 세계가 지어진 줄 안다'는 고백 가운데 돌아 갈 천국 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에 뵈옵기를 원하며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정정관목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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