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입니다!” 많은 직업들 가운데 특히 아나운서의 이미지는 바로 ‘정답’ 아닐까. 단정한 매무새에 정확한 발음과 호소력 있는 어조로 뉴스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들. 손범수? 진양혜 커플은 올해로 결혼 13년째, 나란히 그 한 길을 가고 있다. 지난 3월 「진양혜의 서른아홉 러브레터」 출간을 즈음해 살가운 부부살이를 내보인 이들을 <빛과소금>이 만나 보았다. 모름지기 사랑이란 감기처럼 밖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들 하지 않던가. 촬영을 하며 서로의 차림새와 메이크업을 고쳐 주며 포즈를 잡는 두 사람, ‘명예 평등부부상’(99년 여성신문사 선정)을 받은 부부답게 서로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밀어 준다는 원칙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자녀를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조금씩 행보를 넓히는 부부는 하나님이 자신들을 앞으로 어떻게 쓰실지 자못 기대가 크다. 서로 달라 감사하다는 고백처럼 존경과 신뢰를 지켜 가기 위해 오늘도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고백하며 활짝 웃는다.


편집장: 최근에 「빛과소금」의 편집 방향이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신앙 등에 집중하고 있지요. 이번 달 특집이 자녀교육인 것처럼 특집은 물론이고 표지며, 인물 선정에서도 그 방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범수: 아내와 4살 차이로 42세입니다. 찬호는 초등학교 5학년 12살이고, 찬유는 7살입니다. 글로벌케어는 원년부터 홍보대사를 했고, 아내는 올해부터 대사가 되어 부부가 함께 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케어는 크리스천 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의료선교를 하고 있는 기독NGO지요. 저는 유니세프 한국 이사로도 있습니다. 사랑의리퀘스트 강태원 선생이 돌아가시면서 엄청난 액수를 기부하셨어요. 그분의 펀드를 바탕으로 KBS 내에 복지재단이 생겼어요. 그분의 성함을 따서 KBS 강태원 복지재단입니다. 제가 프로그램을 진행할 당시 설립되었고 현재는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동일하게, 불치병이나 아픈 아이들에게 기금을 전달하고 있지요.
진양혜: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데, 작가가 책 읽고 너무 좋았다고 선물해 주더라구요. 기분 좋아요. 저는 요즘 DMB 방송 녹화라, 일주일에 수?금요일에만 녹화해요. 직장에 매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녹화 있을 때만 방송국에 나옵니다.
손범수: 저는 생방송이 있어서 매일 출근하지요. 제가 1990년에 KBS 공채 17기로 들어왔고, 진양혜 씨는 1993년 1월 1일에 입사해 아나운서 생활을 했지요. 진양혜 씨가 둘째를 가진 해인 2000년 7월쯤 사표를 내서 지금은 저나 아내나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편집장: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랑만으로 살 수도 없지만,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책에 씌어 있던데요. 가장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남편으로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제 경우는 쉰여덟이 되고 보니까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어떻습니까?
손범수: 저도 올해로 결혼한 지 13년째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와이프 말을 잘 듣는 게 복 받는 길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어요.(웃음) 제가 가장 사랑하고 저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이니까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진양혜 씨 책에도 나오고, 저희가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초기에는 부부싸움을 격렬하게 했어요. 지나고 보니까 그것이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십 년을 다른 문화에서 살아왔으니 부딪치는 게 당연한데, 당시엔 내 잣대로만 상대를 이해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다툼이 생겼지요.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거예요. 지금은 오히려 나와 다르다는 게 고마워요.


편집장: 13년 가까이 살았다면 위기의 순간이 있었을 텐데요.
손범수: 진양혜 씨는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큰 위기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신혼 초에는 많이 다퉜죠. 그도 그럴 것이 아내가 결혼한 나이가 23세였어요. 아나운서로 일한 지 1년 반 만에 저를 만나 결혼을 했죠. 아나운서로서 뜻을 펴기도 전에 결혼한데다, 결혼하자마자 아기까지 갖게 되어 아내가 무척 힘들어했어요. 숨 고를 틈 없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되었고 직장까지 다녀야 했죠. 게다가 주변에서 아무 뜻 없이 내뱉는 말들이 아내를 더욱 자극했어요. 이를테면 “너는 이제 잘 해야 동메달이야. 결혼한 여자니까” 하는 식이죠.
아내가 그렇게 힘들어할 때 전 배우자로서 함께 아파해 주지 못했어요. 당신이 마땅히 겪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행동했죠. 그래서 아내와 많이 부딪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위기였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편집장: 두 분이 결혼할 당시 아나운서 커플이 많았나요?
손범수: 저희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아나운서끼리 맺어지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에요. 두 기수 위인 남자 선배가 동료 기수 아나운서랑 결혼하고 나서 저희가 결혼했고 그후론 아예 없어요. 같은 직장에서 연애하고 결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죠.


편집장: 진양혜 씨가 입사한 지 1년 반 만에 결혼하셨는데, 보자마자 눈에 띄던가요?
손범수: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 중에 선배 기자, 아나운서들과 대화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저도 경력 3년차라 후배들을 만나러 연수원에 갔었죠. 그때 아내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웃음) 아내는 이대, 저는 연대 나온데다 아내는 연희동, 저는 불광동이라 이대 근처를 지나면서 “라면이나 먹고 갈까?” 하며 데이트를 유도했죠. 그렇게 만나다 이듬해 1994년에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장: 교제할 때부터 두 분 모두 신앙생활을 하고 계셨나요?
손범수: 물론이죠. 전 모태 신앙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교회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어요. 아버지는 1940년대 배제중학교 다닐 때부터 남대문교회에 출석하셨는데 6?25 전쟁 발발 당시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 신앙과 멀어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곤 결혼도 하셨고요. 불광동에 사시던 저희 고모가 어머니를 전도하셔서 불광감리교회에 저희 삼남매가 출석하게 됐어요. 아버지는 완고하게 거부하시다가 어머니의 끈질긴 전도 덕분으로 예전에 다니시던 남대문교회에 다시 출석하시게 됐지요. 그때 가족 모두가 남대문교회로 옮겼어요.
진양혜: 저는 초등학교 3학년 여름 성경학교 때 다니기 시작했는데, 열심히 다니진 않았어요. 결혼하려는데 범수 씨가 신앙이 있어야 한다기에 이 남자를 놓쳐선 안 되겠다 싶어 세례도 받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죠.


편집장: 두 분이 교제하면서 같이 교회에 다니진 않았나요?
진양혜: 데이트할 때는 물론이고 결혼하고 나서도 저는 신앙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주일을 지키지 않고 쉴 수 있을까 궁리했어요. 그런데 범수 씨는 쉬라고도 하지 않았지만 비난하지도 않더군요. 다그치기보다 힘들 때 한번 나가 보지 않겠냐고 권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묵묵히 날 지켜봐 주는 남편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정한 신앙이란 게 이런 건가 싶으면서요. 또 이런 남편을 제게 허락하신 하나님은 날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었어요.이런 배우자를 만난 건 하나님의 축복이에요.
손범수: 제가 혼자 교회 갈 때면 아내가 저한테 “하나님께 말 좀 잘 해줘” 합니다.(웃음)


편집장: 두 분은 방송일 외에 사회봉사나 사회사업 차원에서 하는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손범수: 그렇게 많이 하진 않습니다. 아내는 한국여성재단과 협력해 일하고 있지요.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본인이 살아온 배경과 가치관 등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진양혜: 사회적 활동은 전적으로 손범수 씨 영향 덕분이에요. 열의 하나를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남편의 생각이거든요. 전 사실 처음엔 십일조조차도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께서 저희가 가진 것에 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주셨기에 지금보다 더 많이 기부하고 활동하고 싶어요.
여성재단 관련 일은 제 어린시절과 관련이 있죠. 부모님과 외할머니 영향도 있겠지만, 다음에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날 거라고 늘 얘기하고 다녔으니까요. 여자들은 실력이나 인기에 상관없이 반장이 되지 못하고 부반장에 머물러야 했잖아요. 어렸어도 ‘이 사회의 기득권은 남자여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요즘 여권신장이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평등한 관계는 남아 있죠.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 건강한 가정이었으면 좋겠다, 구성원 모두 행복한 가정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여성재단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고맙게도 손범수 씨가 이 일을 지지해 주니까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편집장: 홍보대사나 기타 외부적인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진양혜: 지금은 기획홍보위원으로 활동해요. 사실 홍보대사라는 게 구체적인 활동이 별로 없어요. 행사가 있거나 대외적으로 홍보가 필요할 때 활동하지요.


편집장: 두 분은 방송인으로서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이래서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을 것 같은데요.
손범수: 처음에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하나님께 많이 매달렸어요. 제게 하나님의 생각과 마음을 주시어 저를 더 높이 써 주시면 좋겠다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제 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내가 대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으로 대하자, 그리고 작은 일에 충성하자, 사소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전심전력으로 하자는 마음으로 일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그 원칙들을 지켜 나가면서 점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어떤 프로그램이든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기도합니다. 하나님께는 영광이 되고, 이웃들에게는 행복의 메신저가 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편집장: 아나운서 선후배로서 서로를 평가한다면요?
손범수: 저는 어떤 아나운서죠 진양혜 씨?(웃음)
진양혜: 제가 생각하기에 손범수 씨는 최고예요. 제일 잘해서가 아니라, 항상 마음과 중심이 있는 또는 느껴지는 아나운서이자 진행자이기 때문에 최고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가능성도 많고 큰일도 많이 해야 하고, 아내로서 남편이 자랑스러워요. 아쉬운 것은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어도 될 것 같은데 너무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이죠.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중심이 있는 사람이기에 방송을 통해서 크게 쓰시기를 기대하며 기도하고 있어요. 전에 우연히 범수 씨 다이어리를 보고 남편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방송에 임하기 전에 기도한 것이었는데, 정말 존경스럽더라구요. 저도 방송하기 전에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이 영향을 받게 해달라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전적으로 남편의 영향이죠.


편집장: 저는 미국 교포들 중에서 부부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는 분들이 가장 존경스럽더라고요. 24시간 같이 일하고 더운 데서 땀 흘리고 남의 옷 세탁하느라 짜증도 많이 나잖아요. 그런데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이 있단 말이에요. 그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서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까 존경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힘든 가운데서도 불평하지 않고, 격려해 주니까 함께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분도 같은 일을 하는 부부로서 짜증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공개해 주시죠?(웃음)
손범수: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허겁지겁 살아요. 첫아이 낳고 아이를 맡기려고 본가 근처로 이사 갔어요. 저는 <아침마당>이 8시 반에 시작하니까 아주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그 당시 진양혜 씨는 오전 6시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신촌에서 여의도까지 매일 새벽같이 나가려면 얼마나 일찍 일어나야겠어요? 방송 끝나고 와서 아이를 본가에서 찾아오면 또 아이는 밤낮이 바뀐 때라 경황이 없죠. 돌이켜보면 제가 아내를 지원해 준 게 없어서 많이 미안해요. 요즘이라고 달라진 것도 없죠. 그런데도 아내는 그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공부방에서 원고를 정리하고 탈고해서 책 한 권을 완성했어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는 아내가 추천사 써달라고 했을 때 그 짧은 글 하나 쓰는데도 얼마나 쩔쩔맸는지 모릅니다. 아내가 저한테 서운한 부분이 많을 거예요. 오죽하면 답답하다고 ‘답돌이’라고 하겠어요. 자, 빨리 얘기해 보세요.(웃음)
진양혜: 글쎄, 짜증난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돌아보면 힘들었겠구나 싶은 때도 그 당시엔 잘 몰랐어요.


편집장: 이야기를 나눠 보니까 손범수 씨는 참 따뜻한 성품인 것 같습니다. 진양혜 씨가 서운해하다가도 손범수 씨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저절로 풀렸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혹은 동료로서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진양혜: 제가 의상도 챙겨 주고 스케줄도 다 알아서 관리해 줄 것 같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워낙 믿기 때문인지 범수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잘 안 봐요. 오히려 동료들한테 ‘범수 선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손범수: 제가 살아 보니까 진양혜 씨가 대범해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내들이 남편의 사소한 것까지 알고 싶어한다는데, 이 사람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언젠가 지인 결혼식의 사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주례 선생님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부 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세요. 너무 가까워지면 편안한 거리가 없어집니다.” 공통분모는 있지만 각자 자기 영역이 있고, 그것을 존중해 주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부부가 서로 존경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찬호와 찬유는 어떤 뜻을 담아 이름을 지으셨나요?
진양혜: 특별한 뜻은 없어요. 아버님께 발음하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지어 달라고 부탁드려서 지은 이름이에요. 저희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손범수: 찬호가 유치원 다닐 때 가훈을 써 오라는 숙제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이 저를 키우실 때 가훈이 따로 없고 늘 말씀으로만 해주셨으니까 문자화된 것이 없었죠. 그것은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었어요. 그래서 그때 붓글씨로 써서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 두고 우리집 가훈으로 삼았어요.


편집장: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빨라서 사춘기도 빠른 편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찬호도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것 같은데, 요즘 어떤가요?
손범수: 저희 찬호는 키는 반에서 제일 크고 운동을 좋아해서 체격도 좋은데 좀 어린 편이에요. 어떤 때는 다 컸다 싶다가도 동생이랑 노는 걸 보면 아직 애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아직도 산타 할아버지를 믿고 있으니까요. 어느 해에는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한 명은 아닌 것 같아.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선물을 줘야 하니까” 하더라고요. 반면에 동생 찬유는 형에 비해 조용하고 내성적이면서 섬세해요. 좋아도 좋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이죠.


편집장: 부모로서 두 아이에 대한 바람이나 소망이 있으실 텐데요.
손범수: 찬호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축구선수예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앞으로 바뀌겠죠. 지금은 음악을 좋아해요. 클라리넷을 아주 좋아하죠. 엊그제도 “내일이 클라리넷 하는 날이다” 하며 좋아하더라구요. 그 정도면 찬호는 많이 좋아하는 거예요. 웬만큼 좋은 건 “그냥 그래” 하거든요.
진양혜: 좋아한다는 표현이 단계별로 있어요. 제일 좋으면 “어”, 조금 좋으면 “그냥 그래”, 그 다음 단계는 “그냥” 해요.


편집장: 두 분은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아이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아이들과는 주로 어떻게 보내시나요? 부모로서 꼭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진양혜: 정말 쉽지 않아요. 내 인생이면 내가 책임지고 할 수 있는데 아이 인생이니까. 여러 가지 선택할 때마다 힘들고 항상 고민이 되죠. 저는 정말 평생 친구 같은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라는 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모르지만, 평생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면 좋겠어요. 부모나 가족, 의무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손범수: 부담 없는 관계죠. 부모님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저희 세대만 해도, ‘부모’ 하면 일단 책임감부터 느껴지잖아요. 저희가 장녀 장남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저희를 떠올릴 때 편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올바른 자아를 가지고 홀로 섰으면 좋겠어요.
진양혜: 부담이 없을 순 없어요. 과도한 책임감 때문에 버겁지 않고 사랑하기 때문에 기뻐하는 관계가 되기를 기도해요. “제 손길이 닿지 못하는 곳과 그 순간마다 당신께서 함께 하실 것을 믿습니다. 이 아이가 세상 속에서 함께 할, 진정 사랑할 수 있는 배우자를 보내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고 있어요. 은근히 며느리를 생각하게 되더라구요.(웃음) 그래서 정말 행복한 가정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빠르다고 하겠지만 미리미리 아이들을 떠나 보내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편집장: 갈등이 생길 때 푸는 방식이 있을 것 같은데요.
손범수: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대중의 시선도 덜 받고 편안히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이런 시간들이 힘들게 뛰어가야 하는 삶의 시간들 속에서 숨통이 트이고 휴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편집장: 두 분께서 꾸준히 해 오시던 기부 활동이나 공익 활동이 올해 더 부각되고 있는 듯합니다. 올해 하나님이 두 분을 더 크게 쓰시기를 바랍니다. 두 분이 함께 꼭 해보고 싶은 계획이나 기도 제목이 있으면 나눠 주십시오.
진양혜: 저희는 사실 하루하루 살면서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죠. 제 개인적으로는 사람도 더 많이 만나고,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춰서 아이들에게 더 충실하고 싶어요.
손범수: 저도 살아가는 방식이 진양혜 씨와 비슷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너는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시더라구요. 처음 아나운서가 되어서 누군가 “평생 아나운서로 살 거냐?”고 물었을 때 “모른다”고 대답했어요. 하나님이 어떻게 하실지 모르니까요.
교회 찬양대에서 베이스를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예배 시간에 선교지 보고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 생겼죠.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원하시는 길을 간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잘못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불러 주소서, 저를 보내 주소서”라고 기도해요. 잘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하죠.
아내를 위해 아들들을 위해 잘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계획이 있으시니까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그 사랑 가지고 하나님께 영광이요 이웃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가족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손범수
1964년 출생(43세)
연세대학 졸업
부인 진양혜와의 사이에 아들 찬호(12세), 찬유(7세) 둠
남대문교회 출석
1990년 KBS 아나운서 공채 17기 데뷔
1997년 프리랜서 선언
출연 KBS <아침마당>, MBC <웃는day>(2005), KBS TV는 <사랑을 싣고>, KBS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KBS <사랑의 리퀘스트> 등 진행
현재 기독의료NGO 글로벌케어 홍보대사, 한국유니세프 이사, 한국여성단체연합 평등가족 홍보대사

진양혜
1968년 출생(39세)
이화여자대학 졸업
1993년 KBS 아나운서 19기 데뷔
2000년 프리랜서 선언
현재 기독의료NGO 글로벌케어 홍보대사, 한국여성재단 홍보대사, 한국유니세프 홍보대사, 한국여성단체연합 평등가족 홍보대사
출연 EBS <문화센터>, KBS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KBS <도전 지구 탐험대>, SBS <손범수 진양혜의 심심남녀>, MBC 사랑은 아름다워, EBS 굿모닝 실버 등 진행
저서 <진양혜의 서른아홉 러브레터>(2006, 미디어윌M&B )